blt01.png  상제례를 중심으로
경동교회 교회설립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서, 여기에 "기독교인의 가정의례 지침서"를 출판하게 된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모든 성도와 함께 기뻐하는 바입니다.

이 나라에 복음이 전파된지 이미 천주교는 200여년, 개신교는 100여년 되지만, 기독교 복음은 우리 전통문화 속에 아직 충분히 화육(化肉)하지 못하고, 특히 상제례문제로 인하여 긴장과 갈등을 지속하여 왔습니다. 

복음전래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한국 종교사에서 그 유래를 볼수 없는 종교적 박해, 곧 일만 여명의 천주교도가 순교의 피를 흘린 역사를 남겼고,개신교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복음 전래당시 18-19세기의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정의례와 무교적 다신숭배신앙이 민간신앙속에서 종교적 습합(習合)을 이루었고, 조상숭배(祖上崇拜)신앙을 기반으로 한 유교적 가정의례가 토착화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의 문화적 가치이념을 주도했던 지도계층은 복음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독교인들은 전통사회의 가치규범을 파괴하여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이단사설 집단이요 사회해체를 초래하는 위험집단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 선교사들은 한국적 전통문화나 아시아적 문화유산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 기독교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들은 모두 이교문화 또는 우상숭배하는 저급종교 문화라고 단정해버린 큰 잘못을 범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간의 오해와 독선때문에 흔히 말하기를 예수쟁이는 자기 부모제사도 안 지내는 불효망덕한 인간으로 치부 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기독교 만큼,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고, 더나아가서 조상의 족보를 중요시하는 종교도 드물다는 것은 성경을 보면 금방 알게 됨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족보를 남기고, 모세오경과 이스라엘 역대기는 인물들의 가족 계보를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있으며, 신앙의 족장들은 죽은 이후 고향 땅 선영에 장사하기를 유언으로서 당부한 것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창47:30)

사도 바울은 선교사역에 임할 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복음을 받아드리는 사람들의 문화속에 매우 탄력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육화(肉化)해 들어갔습니다. 

사도 바울은 율법있는 유대인에게는 율법있는 자 처럼 처신하였고, 율법없는 이방인 들에게는 전혀 율법없는자처럼 행동하였고, 약한자들에게는 약한자 처럼 자기를 비움으로써, 복음을 전해야 할 구체적 상황에 적응하였습니다.(고전9:19-23) 사도 바울의 그 넉넉하고 차원 높은 선교전략과 그의 복음적 기독인의 자유혼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를 기점으로 선교현장의 종교적 전통문화를 적극적 수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우리 개신교보다 발빠른 행보로 훨씬 앞서 가고 있습니다. 

경동교회는 창립50주년을 맞아 북방선교, 사회선교, 문화선교등 세가지 중점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중 에서도 문화선교사업의 일환으로 '가정의례 연구위원회' 를 조직하고 지난 두해 동안 전문학자들의 전문지식과 공청회를 통한 전교인들의 지혜를 모아 여기에 "기독교인의 가정의례지침서"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관련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자들의 뜨거운 정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김니다. 두 해 동안에 걸친 전문연구위원들의 연구토론과 수 차례 공청회를 통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았으나, 이 "지침서"가 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보다 온전한 기독교 가정의례집이 한국에서 발간 되고, 복음의 문화적 화육이 이루어지는 문화선교적 촉매제가 되기를 원함니다.

여기 출간하는 "기독교인의 가정의례 지침"은 모든 교인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절대규범이 아니라 상제례에 관한 지침이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융통성 있게 활용하기 바람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준 "복음의 자유"이며, 양심의 자유입니다. 우리를 율법과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해방해 주시고 영생을 허락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사랑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동안 수고하신 연구전문위원들의 노고와,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경동교회 교인들에게 감사를 드림니다.
1995년 10월
가정의례연구위원회 위원장 강형용 장로
위원
- 김경재 목사(한신대, 문화신학)
- 박근원 목사(한신대. 선교신학)
- 이두현 교수(서울대명예교수, 민속학)
- 이주원 교수(숭의여전, 의상학)
- 이효지 교수(한양대, 식품영양학)
- 장효수 목사(경동교회, 목회학)
- 전희정 교수(숙명여대, 식품영양학)
-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종교학)
지침서의 내용구성
여기 제시하는 "기독교인의 가정의례 지침서"는, 기독교 신앙을 한국문화와 생명적으로 접목시킴으로써, 복음이 한국민의 "생명의 떡과 생명의 물"이 되도록 하려는 문화선교의 한가지 표현이다.

다양한 문화선교 과제 중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가 된 상제례에 관련하여 연구결과를 한 지침으로서 제시하는 것이다. 본 "지침서"는 3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상제례의 신학적 이해이다. 제2부는 구체적인 상제례의 예식을 지침으로서 제시한다. 제3부는 수차례 전교인들의 공청회를 통하여 제시되었던 유익하고도 궁금한 상제례에 관한 구체적 문답을 모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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